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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개인전

2021.6.23(수)~7.6(화)

인영갤러리 3층/ 11:00~18:00



이진혁, 기와. 경복궁, 2021, 66x83cm, 화선지에 먹.


이진혁 작가 x 클릭트 xMR Media Lab (VR기반작품)


굉장히 엉뚱한 얘기지만 이진혁의 그림, 작품에 대해 나같은 문외한이 글을 쓰려고 하니 자꾸 머리 속에서 근미래의 SF적 상황이 연상된다. 영국 BBC의 6부작 걸작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에는 청소년 아이들이 AI 인공지능이 되고 싶어하는…정도가 아니라 열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 이들은 손 바닥 안에 휴대폰을 장착시키려 하고, 궁극으로는 머리 속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려고 한다. 그래서 세상의 사물과 사건을 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하고 공유하고 소통하려 한다. 대체 뭔 얘기를 하려는 것이냐고 하겠지만 이진혁의 극사실주의적인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그의 머리 속에는 칩이, 안구에는 초정밀 렌즈가, 손 안에는 또 다른 첨단 장비가 이식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진혁의 작품은 대개가 전통 가옥이거나 레트로 느낌의 자연의 풍광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기이한 상반(相反)의 성향이 느껴진다. 이건 대체, 보통 수준의 비범함이 아니다. 그것도 두터운 질감의 먹으로 그려 내고 비교적 일필휘지로 이루어 내는 과정일 터여서 작가가 영재(英才)로서의 자질이 분명함을 보여 준다.

이진혁의 작품은 언뜻 봐서는 사물에 대한 극도의 모사(模寫)로만 보일 수 있다. 마치 이탈리아 디에고 파지오의 그림 같은 것인데 파지오의 것은, ‘이게 대체 그림이야?’라는 탄성이 나올 만큼 다소 징그러울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이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감탄스럽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감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과연 저 사진 아닌 그림을 집에 걸고 싶어질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진혁의 그림은 사물에 대한 모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래서 감탄사가 튀어 나오는 것은 같지만, 작가가 ‘인간의 얼굴’로 사물을 바라 보고 있는 느낌, 그 호흡과 정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내 가 사는 공간에 일정한 자리가 있다면 당연히 저 그림들을 걸고 싶게 만든다.

미술 역시 세상과 사람의 모습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작품은 그리는 사람의 해석을 바라 보는 재미와 의미가 있다. 어떤 작품의 경우에는 화가의 그림을 통해 내가 직접 세상을 해석해 내고, 나만의 생각으로 삶의 방식을 직조(織造)하게 한다. 이진혁의 그림은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그림을 두고 보다 주체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그 점이야 말로 이진혁 작품들의 매력이다. 예컨대 무성한 숲 사이의 오솔길을 표현한 그림 같은 것을 말한다.

다 필요없고! 나에게는 없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없는, 이 어마어마한 재능은 대체뭐람. 하늘이 결코 공정하고 공평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늘 그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회는 사람들의 탄성으로 가득 찬다. 꽤나 부러운 일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